
나는 무엇으로 그녀를 그려내고 있었던가.
남기영
나는 무엇으로 그녀를 그려내고 있었던가.
빛이 닿지 않는 숲,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말 없는 길을 따라 걸었다.
그 눈빛은 바람처럼 고요히 울렸고,
별빛은 내 영혼 깊숙이 내려앉았다.
그녀는 칼을 들라 하지 않았지만,
나는 스스로의 그림자를 마주하며
고요의 검을 쥐었다.
그 울림은 복종이 아닌 선율,
날카롭지도 무겁지도 않은,
영혼을 타고 흐르던 리듬이었다.
관계를 정리하는 건,
장미 덤불을 맨손으로 지나가는 일
쉽지 않았고, 오래 걸렸으며,
수없이 베이고 피 흘렸다.
침묵 속에서 수많은 눈물을 흘리며
내 마음을 조금씩 덜어냈다.
무릎 꿇은 곳은 대지 위였지만,
내 시선은 언제나 별빛을 향했고,
그 눈동자는 나의 검이었으며,
그 노래는 나의 맹세이자 이정표였다.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나는 고요 속에서 알았다.
파괴가 아닌 회복의 길,
분노가 아닌 빛으로 나아가는 길을.
그러나 안개처럼 흩어진 진실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멀리서 조용히 물러섰고,
내게 던진 그림자들은
바람에 실려 왜곡되었다.
그때 나는 무수한 밤을 지나며
내 안의 목소리를 잃었고,
모든 빛을 내던지고
스스로 무릎 꿇은 채
끝없이 빌고 또 빌었다.
그녀는 차갑지 않았지만,
나를 놓아주는 바람처럼
새로운 길 위를 걸었다.
나는 어둠 속에 홀로 남아
환승하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그 길의 끝에서,
나는 깨달았다.
내가 잃어야 했던 것은
사랑이 아니라
내 자신을 향한 믿음임을.
그리고 마침내,
내 미련도, 사랑도, 추억도
모두 안개처럼 흩어져 사라진다.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돌아보지 않기로 했다.
비참했던 계절은 끝났다.
잊지 못할 고요 속에
나는 안녕을 남기고 떠난다.
그 여정은 나의 걸음이었고,
그 숨결은 여전히
나의 영혼에,
작은 별처럼 반짝인다.
이제,
나는 완전히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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